– 영의 달 – 129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29화 / S#1 구실동 J.U.그룹 [낮] ————-
수현을 따라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이음.
경계하는 눈빛으로 수현을 훑어보고 있었다.
수현이 32층의 버튼을 눌렀다.
이음 : "보안 실로 다시 가는 게 아닌가 보죠?"
수현 : "하하 네, 보안 실은 보는 눈이 많아서요. 말씀드렸던 것 처럼 (윙크하며)조금은 긴밀한 사항이라"
이음 : '왠지 잘못 걸린 것 같은 기분이군. 그냥 여수 따라갈 걸 그랬네'
이음은 속으로 수현이 매우 엉큼한 사람이라 생각을 하며 괜히 따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J.U.그룹에서 신고를 한 건이라 구청장이며 국회의원들이 무조건 확실하고 깔끔하게 처리를 하라고 노발대발한다며 무조건 완벽하게 처리하라고 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서장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음 : '아무래도 이 건을 제대로 처리 못 한다면 또 잔소리를 엄청나게 하겠지. 아마 다른 곳으로 전출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을지도 몰라. 답답하다. 내 처지가 이렇게까지 밑바닥까지 간 건가'
이음은 괜스레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도착한 32층은 분주했던 아래층과 분위기부터 달랐다.
왠지 모를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수현은 노크를 세 번 하더니 약 5초 정도 뒤 문을 열었다.
수현 : "손님 오셨습니다."
수현의 안내에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 이음은 마주한 게 된 얼굴을 보고선 큰소리가 날 정도로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TV, 신문으로만 봐오던 J.U.그룹의 회장이 눈앞에 서 있었다.
가장 꼭대기 층에 왔을 때 눈치챘어 야했는데, 다른 생각을 하느라 주변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 키와 누가 봐도 다부진 체격, 그리고 잘생긴 얼굴.
웬만한 연예인보다 잘생겼다, 카메라가 이 모습을 다 담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성호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이음도 저절로 허리가 숙여졌다.
성호 : "(악수를 청하며)안녕하세요. 주성호입니다. "
이음 : "예 양이음 입니다."
이음은 더듬거리며 성호와 악수를 했고, 곧이어 성호가 소파에 앉으라는 듯 팔을 뻗자 굳은 몸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
수현 : "차나 음료 드시겠어요?"
이음 : "아니오 괜찮습니다."
수현 : "(이음의 옆자리에 앉으며)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이음 : "이제야 알겠네요"
수현 : "네?"
이음 : "도난,절도신고는 눈속임용이고 비밀리에 경찰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있으신 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저 같은 공무원을 회장실까지 데려와 대면하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큰 소문내기는 싫고, 공권력은 사용하고 싶으시고. 그런 거라면 사람을 잘못 선택하셨습니다.
전 뇌물,회유,협박 이런 건 전혀 안 통하는 사람이거든요. 사전조사를 좀 덜 하셨나 봅니다. 아, 이제 와서 다른 사람 찾으려고 하셔도 못하실 겁니다. 제가 여기저기 소문을 다 낼 거거든요"
수현 : "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음의 저돌적인 반응에 수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렸고, 성호는 물끄러미 이음의 두 눈만 쳐다보았다.
수현 : "아, 죄송합니다 형사님. 갑자기 너무 단호한 태도로 말씀하셔도 저도 모르게"
이음 : "아닌가요?"
수현 : "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반은 맞고,반은 틀리셨어요."
이음 : "그럼 비밀리에 경찰을 움직여야 한다는 건 맞으신 가요? 이번 사건 저희 서장님 말로는 국회의원들까지 신경 쓰고 있는 건이라고 하던데요."
수현 : "잘 부탁한다는 말을 경찰서에 했지 그분들께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네요? 오히려 소란스러워졌다면 저희 쪽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이걸 뉴스에 내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이음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성호 : "양이음 형사님"
드디어 성호가 입을 열었다.
이음 : "예"
성호 : "뇌물이나 협박이 통하시는 분이었다면 이 자리에 모시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회유는 하고 싶습니다. 회사가 아닌 저와 사람 대 사람으로서 협조를 정중히 부탁하려고 모셨습니다.
이 협조는 당연히 경찰뿐만 아니라, 형사님 외 다른 분들은 아무도 모르셨으면 한다는 게 제 제안입니다. 이후 보상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 나누시죠"
이음 : "경찰, 공권력이 아니라 저한테 바라시는 게 있으시다는것 처럼 들리네요."
성호 : "네"
이음 : "그런데 저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보다 유능한 형사들은 많고 많은데요"
성호 : "형사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이니까요"

영의 달 – 129화 / S#2 구실동 한강대학성림병원 [낮] ————-
영은 윤혁과 양희의 만류에도 허미의 병실에 와 있었다.
집에있으면 밥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하루 일정은 무엇인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윤혁에게 전화가 오기도 하고
양희가 문을 여러 번 두드리기도 했다.
두사람모두 영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고마움이 조금은 답답하게도 느껴져서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로 밖을 나섰다.
성아는 갈수록 수척해지고 있었다.
영이 병실에 도착하자 성아는 도시락을 먹고선 한숨 자야겠다며 간호인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영은 수건에 따듯한 물을 적혀 허미의 얼굴과 손,발을 천천히 닦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중간에 정신을 잃는 바람에 모든 것이 다 기억나진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긴 했다.
경자는 그날 왜 호텔에 있었던 것일까?
진성이 집에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진성도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허미의?
아니 처음부터 호텔에 진성과 함께 있었던 것일까?
복도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난 후 태석이 방 안으로 부축해 들어갔을 때 분명 경자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렴풋한 기억만으로도 그 사람은 여자였던 것으로 인식이 되는데 혹시 진성과 함께 외출을 하기 위해 진성을 변장시킨 것은 아닐까, 다른 곳으로 진성을 이동시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 : "흐음"
영 : "죄송해요. 제가 다른 생각을 하다가 너무 강하게 문질렀나 봐요. 아프셨죠. 이제 살살할게요."
영은 허미의 손을 닦다가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평소보다 강하게 힘을 주었더니 허미가 아픈 신음을 내었다.
다시 천천히 반대편 손을 닦던 영은 손을 멈추었다.
이런적은 한 번도 없었다.
허미가 미동을 하거나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하물며 거친 숨소리조차 낸적이없는데
영은 떨리는 손으로 허미의 어깨를 흔들었다.
영 : "할머니…할머니?"
하지만 방금 들은 허미의 신음이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같은 소음을 내는 기계음 소리만 병실에 가득했다.
그 뒤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성아가 깨어났고, 영은 빈 도시락을 챙겨 병실을 빠져나왔다.
성아나 병원에 허미가 미동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착각일수도 있는데 혹시나 혼란이 생길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 출입문을 빠져나가려 했을 때 영의 옆으로 누군가 지나갔다.
영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지만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다.
경자의 호텔방에 있었던 그 사람이라 왠지 확신이 들었다.
영은 다시 병원 안쪽으로 발길을 돌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냄새.
특이한 냄새가 났다.
호텔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아니라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특유의 냄새가 났다.
향수 냄새일까?
아님 섬유유연제의 향일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처음 맡는 냄새가 아녔다.
그리고 기억과 함께 흘러나오는 뇌리에 스치는 듯한 냄새.
그 냄새가 확실하다.
진성이 또다시 변장을 하고 밖으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이 냄새 또한 경자의 냄새일까.
경자의 집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이다.
만약 경자의 향수나, 집 냄새였다면 이렇게 어렴풋이 생각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껏 수없이 경자와 마주쳤고 집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이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한 이 냄새.
영은 이 냄새를 쫓아 정신없이 병원 로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당탕-.
영이 손에 쥐고 있던 종이봉투가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시락통의 잔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영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니다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히고 만 것이다.
영 : "죄송합니다. 제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태석 : "항상 정신없게 돌아다니시네요."
영 : "어…!"
태석 : "(도시락통을 주우며)병문안 오셨나 봐요."
영 : "네…누가 입원을 하셔서"
태석 : "(종이봉투를 건네며) 도시락도 직접 챙겨오신 거 보면 각별한 사이인가 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