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22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21화 / S#1 송화경찰서 [낮] ————-
터벅터벅-.
경찰서를 나서는 영의 발걸음이 마음만큼이나 무거운 소리를 냈다.
수현 : "(영의 어깨를 감싸며) 이거 사모님이 계시기에는 너무 안 어울리는 곳 아닙니까?"
영 :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실장님!"
수현 : "오랜만에 보니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뜻밖인데요? 혹시 일고 보니 검은 조직과 연관이 있다거나, 어디 크루 보스님이거나 그런 거 아니죠?"
영 : "에이 실장님"
수현 : "혹시나 그런 거면 이야기해주세요. 지금부터라도 깍듯이 모시겠습니다 보스"
영 : "진짜 부끄럽게 왜 그러세요. 사람들이 쳐다봐요. 실장님은 어쩐 일이세요?"
수현 : "아, 제 친한 친구가 여기서 일하거든요. 회사랑 가까워서 서로 시간 날 때마다 잠깐 얼굴 보는 정도?"
영 : "그렇구나, 경찰 친구라니 든든하시겠어요."
수현 : "아직은 도움받은 적은 없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좋은 관계는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에요?"
영 : "저도 겸사겸사 아는 분 뵈러 왔어요. 지나는 길에"
수현 : "그래요? 우연이네요 사모님과 제 지인이 같은 곳에서 근무하다니. 진짜 세상 좁지 않아요?"
영 : "얼굴 화끈거려요. 사모님 소리. 그냥 편하게 이름 불러주세요"
수현 : "그러다 습관 돼서 나중에 회장님 앞에서라도 영 이씨~ 했다가 저 곤장 맞고 싶지 않아요. 입에 붙어야 하기도 하고 이제 어디를 가든 사모님 소리 들으실 텐데 익숙해져야 하는 건 제가 아닌 거 같은데요?"
영 : "어휴 생각만 해도 낯간지러운데요? 으. 이제 회사로 가시는 거에요?"
수현 : "심부름이 있어서 잠깐 들려야 할 곳이 있어요. 아, 집에 가는 거면 가는 길에 내려 드리고요."
영 : "그럼 감사한 데 저 때문에 돌아서 가시는 거면 택시 타고 갈게요"
수현 : "돌아가 봤자 서울 시내 랍니다. 얼른 타세요."
어떨결에 만난 수현 때문에 영은 오랜만에 수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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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로 올 때는 가깝기만 했던 거리가 수현과 되돌아가는 길엔 멀게만 느껴졌다.
어색한 공기가 맴도는 차 안에서 영은 그저 창밖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수현의 휴대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는지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량 인포테인먼트에 '나의…'이라고 저장된 사람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현이 급하게 블루투스 연결을 해제하고 전화를 받은 터라 자세한 이름을 보지 못했다.
수현은 이어폰을 착용했다.
수현 : "네, 운전 중이라 늦었습니다. 아뇨 지금 가는 길이 긴한데 사무실에 계신 거 아니에요? 아하 마침 잘 되었네요. 제가 지금 손님을 모시고 있어서요. 네 한번 여쭤보고 이동하겠습니다."
수현은 이어폰을 빼고 앞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영에게 말을 걸었다.
수현 : "잠깐 회사를 들려야 할 거 같은데 괜찮죠?"
영 :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데려다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대요."
수현 : "시간이 조금 애매하긴 하네요 음… 점심 먹었어요?"
영 : "아니요 아직 생각이 없어서요."
수현 : "오랜만에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우리 간단하게 점심 먹는 거 어때요"
영 : "저는 괜찮은데…"
수현 : "그럼 잠깐 회사 들렀다가 점심 같이하는 걸로"
그렇게 수현과 함께 회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익숙하고 낯설지 않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주차했다.
수현 : "위에 올라갔다 와야 하니까 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윤혁이 한테 전화라도 해봐요. 사무실에 있나. 그럼 이따가 만나요."
수현은 먼저 차에서 내려 점점 멀어져갔다.
영은 가방에 있는 휴대전화기를 꺼내 윤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한 시간 전쯤 보낸 메시지에도 답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영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몇 층을 눌러야 하는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보이고 들리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가끔 들리는 전화벨 소리.
왠지 모르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에 영의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렇게 사람들이 쉴 틈 없이 드나드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영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에 지쳐서일까,
사람들이 모두 내리고 빈 엘리베이터 속에서 영은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열심히 살고자 마음을 먹고 이 회사에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 그때보다는 무한히도 많은 행운 덕분에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누리며 행복함을 느끼고 있지만 마음속 한구석의 어둠이 더욱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듯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는 안내음성과 함께 영은 고개를 들었다.
성호 : "몸이 어디 안 좋아?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괜찮아?"
영 : "여기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성호 : "(미소를 지으며) 수현이 한테 들으니 점심 먹으러 가기로 했다며 가자"
영 : "아,네"
아무생각없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더니 성호가 있는 꼭대기 층까지 올라왔는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성호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느샌가 수현이 먼저 차에 올라있었다.
수현 : "(보조석 창문을 내리며) 옆자리에 서류가 많아서 그런데 뒤에 탈래요?"
영 : "뒷자리에도 제가 좀 안고 탈까요?"
성호 : "아니야, 얼른 타자"
성호는 뒷자리 문을 열고 영을 먼저 차에 오를 수 있게 했다.
수현 : "자, 그럼 출발합니다. "
영과 성호 그리고 수현이 함께 탄 차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영이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기에는 아직 윤혁의 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차가 출발하고 수현은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움직이는 서울 시내 한복판.
차는 계속해서 달려나갔고 이내 인적이 가득 한 공영주차장에 차가 멈췄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을 데리고 나선 성호와 수현.
도착한 곳은 부적 거리는 시장이었다.

상인1 : "오늘 사과 싱싱해요 보고 가세요!"
상인2 : "쫄깃한 오겹살 오늘 할인행사 합니다 보고 가세요!"
수현 : "아, 떡볶이도 먹고 싶고 빈대떡도 맛있겠는데 회장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정장차림을한 성호와 수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한 시장.
영이 마지막으로 시장에 온 게 언제였을까, 영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성호 : "난 뭐든지. 영이가 골라봐"
성호가 고개를 돌려 영을 쳐다보았지만, 영은 성호가 시선을 돌리 곳에 없었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시장에 나와서인지 영은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빴다.
그런 영의 모습을 성호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성호와 수현은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영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만 했다.
그러다 냄새에 이끌려 영은 한 순댓국집 앞에 멈춰 섰다.
조금 열린 가마솥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 흰 연기를 보는 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수현 : "이모님 여기 세 명이요."
영 : "어 실장님 잠시만요."
수현이 먼저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갔고, 영은 어쩔 수 없이 수현을 뒤따라 들어가는 성호의 뒤에 바짝 붙어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조금은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가게 안은 나름 한적했고, 막걸리를 드시는 어르신 몇 분만이 계셨다.
식당주인 : "어서 오세요. 세분?"
수현 : "네, 순댓국 3그릇이랑 편육 한 접시 부탁할게요."
식당주인 : "예, 국 3개 편육 하나"
수현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넥타이를 슬며시 풀었다.
영 : "(성호를 쳐다보며) …괜찮으세요?"
성호 : "어떤 게?"
영 : "드셔도 괜찮은가 해서요"
수현 : "하하 우리 회장님이 완전 왕자님같이 보이긴 하시는 건 맞는데, 순댓국 편육 수육 해장국 음식 가리는 거 딱히 없으세요. 양식 한식 중식 다 좋아하시고요."
영 : "아…그렇구나"
음식음 금방 내어져 나왔다.
성호가 먼저 순댓국에 새우젓,청양고추 등을 넣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수현도 영 앞으로 국그릇을 조금 밀어준 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영도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속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오랜만에 진짜 집밥을 먹는 것처럼 든든한 기분까지 들었다.
작게 입가에 미소를 띤 영은 성호와 수현이 회사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야금야금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 삼켰다.
그런 영을 성호는 대견한 듯 쳐다보았다.
수현 :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그렇게 셋은 든든히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수현 : "자, 다시 주차장으로 가시죠."
수현을 따라 성호와 나란히 걷던 영은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가게 앞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성호 : "빵.먹고싶어?"
영 : "고모님이요. 빵 좀 사다 드릴까요?"
성호 : "성아? 성아가 좋아할 만한 빵이 있나 좀 볼까?"
성호는 빵 가게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이것저것 쟁반에 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돌아온 수현도 성호를 따라 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은성과 진형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유난히 시장에 있는 빵 가게에서 파는 품목 중 엔젤링 이라는 시폰케이크 시트와 곰보빵을 좋아했던 두 사람.
두 사람과 함께 시장에 오면 과일은 비싸다며 쳐다보지도 않고선 천원 빵 가게는 지나치지 못하고 저녁은 작은 거실에 둘러앉아 셋이서 빵을 나눠 먹었었다.
진형 : "밥을 먹어야지 빵으로 배를 채우면 안 되는 거지, 얼른 빵 그만 먹고 밥 먹어"
영 : "아빠는? 아빠도 지금 계속 먹고 있잖아"
은성 : "그만 그만 둘 다 그만 먹어 그러다 정말 밥 못 먹는다?"
영 : "근데 아주 맛있다."
진형 : "그렇지? 난 이 집 곰보빵이 비싼 다른 곳보다 훨씬 맛있더라, 여보 여보도 한입 더 먹어봐"
은성 : "아휴 진짜 못살아."
밥 대신 빵으로 배를 채우면 되겠느냐며 서로 타박을 하면서도 손에서 빵을 놓지 않았던 사소한 일상.
그 일상이 그리웠다.
큰 봉지 한가득 빵을 산 성호가 봉지를 들어 흔들어 보이자 영은 미소로 대답했다.
그렇게 다시 차를 타고 시장을 벗어난 차 안.
영이 어느샌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성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렸다.
성호는 차에서 내리기 전 벗어 두었던 외투를 영의 위에 덮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