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21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21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밤] ————-
같은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경자는 거실에 불을 꺼둔 채로 커튼을 활짝 열고서 팔짱을 끼고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주방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았다.
경자 : "이제 들어가는 거야, 아니면 아직 안 간 거야?"
태석 : "(경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모님"
경자 : "지하에서 올라오는 길인가?"
태석 : "네, 오후에 철거 작업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침구류, 책상을 모두 제거해놓았습니다."
경자 : "고생했네, 여기 좀 앉아"
경자는 먼저 식탁에 앉으며 손으로 반대편을 두드렸다.
태석은 고개를 숙이고선 경자의 건너편에 앉았다.
경자 : "경찰 쪽에선 이야기 나온 것 없어? 그 형사 뒤 꼬리 잡을 만한 것들 찾아보라고 했잖아."
태석 : "우선 송화경찰청장 만나서 작은 아드님 관련한 사건·사고 조사한 기록들, 무언가 증거를 취득한 게 있는 게 있다면 모두 공유해달라고 이야기는 해놨지만 청장 말로는 이미 관련해 모든 사건이 수사 종결된 건이기때문에 남아있는게 없다고 합니다.
그 형사는 경찰서 내부에서도 딱히 사건·사고를 일으키지도 않고 가족사도 확인해봤는데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다."
경자 : "세상에 돈 안 좋아하는 사람 없는데, 그런 사람들이 가장 골칫거리야. 사명감, 명예로 사는 사람들. 남들이 옆에서 좋은 기회라도 들이밀어도 본인 기준에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무엇에도 움직이질 않아. 하지만 조금만. 그 사명감에 조그마한 균열만 일으켜주면 금방 무너질 텐데 말이야…"
태석 : "뒤 좀 더 밟아볼까요?"
경자 : "이전에 실수로 범인을 놓아주었다든지, 억울하게 누명 씌운 사람은 없는지 확인해보고 그런 게 있다면 언론사에 제보해서 일 좀 크게 만들어봐. 이왕이면 청장하고 입 맞춰놓고 터트리면 더 좋고"
태석 : "네, 알겠습니다."
경자 : "그나저나 저 녀석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니"
태석 : "작은…아드님 말씀이신가요?"
경자 : "그래. 우선 그 애 눈에 진성이냐 계속 노출되게 두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어디 지방에라도 내려보낼 곳 없을지 알아봐"
태석 : "지방에 내려보낸다 하면, 다른 곳으로 도망갈 기회를 주는 것 아닐까요"
경자 : "도망간다 한들 국내에만 있으면 찾는 게 문제일까, 외국만 안 나가면 되는 거지. 쯧쯧 이제 내 품에 들여놓으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쓸모도 없고 내 속이 말이 아니다."
태석 : "회사 일을 가르쳐 보시는 건 어떠세요?"
경자 :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저 녀석한테는 10원 한 장이라도 손에 쥐여줘 봐. 들고 도망갈 놈이야. 아직 회사를 줄 믿음이 없다. 믿음이 전혀 가져지질 않아"
태석 : "이제 건강 생각도 하셔야 하고, 처음부터 물려줄 생각이셨다면 이제 천천히 생각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자 : "한숨만 나오는구먼 한숨만…그 녀석이 있었어야 해. 어떻게든 살아 있었어야 해"
경자는 태석의 등 뒤로 보이는 거실을 바라보았다.
회사를 물려주겠다면 진성보다는 진형을 생각하고 있었다.
형에게 모든 것을 해준다며 진성이 패악질을 부릴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성은 사업하거나, 물려받을 인물은 전혀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곳에 허투루 돈을 쓰며, 그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철이 없는 둘째 아들.
인간적으로만 본다면 갱생이 안 되는 부류 중 하나이다.
경자 : "태석아"
태석 : "네 사모님"
경자 : "내일부터 진성이 데리고 정신과부터 심리상담소 같은 곳 모두 돌아다녀 일주일에 두 번씩은 다녀야 해. 그리고 약 처방 받는 봉지며 처장 전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한곳에 모아와. 약은 처방 받되, 먹이지는 말고 그리고 "
태석 : "무엇 때문에…"
경자 : "그리고 기 선생한테 연락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집으로 왕진오라고 해. 매주 월요일마다 말이야"
태석 : "네 알겠습니다."
경자 : "아무리 생각해도 조용히 넘어갈 아이가 아니란 말이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준비해놔야겠어"

영의 달 – 121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양희 : "이제 슬슬 배 나오지 않아? 몸 안 무거워?"
영 : "5개월 정도 되었을 때도 많이 나오지 않으신 분들도 계신대요. 저도 그렇게 티도 안나고,더군다나 아이가 작은 편이라서 더 그런가봐요 "
양희와 함께 식탁에서 간식거리를 먹던 영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영 :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네?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잠시만요 제가 지금 갈게요.(통화를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양희 : "점심도 안 먹고? 급한 일이야?"
영 : "네 죄송해요 뒷정리만 조금 부탁할게요"
양희 : "일찍 올 거지?"
영은 양희의 이야기에 대답도 하지 않을 채로 급하게 집 밖으로 나왔고, 택시를 타고 송화경찰서 앞에 도착했다.

영의 달 – 121화 / S#3 송화경찰서 [낮] ————-
이미 경찰서 앞에 이음이 나와 있었다.
영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음 : "우선 이쪽으로"
영은 이음을 따라 경찰서 1층에 있는 카페로 들어섰다.
이음은 가장 구석 자리로 영을 이끌었다.
영 : "전화로 하신 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음 :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진성 씨 어머니 그러니까 이영씨 할머님과 연락 안 되는 것 맞아요?"
영 : "네, 할머니가 직접 연락이 오신 건가요?"
이음 : "그건 알 수가 없죠. 투서는 발신인이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되니까요. 지금 이진성 씨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제가 예전에 수사했던 사건들까지 범인을 마음대로 제가 선정해서 몰아붙인 거라고, 함정 수사한 것 같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거 뒤집으려면 이진성 무조건 찾아야 합니다. 제가 여기서 물러서면 이진형 씨 단순자살 건으로 마무리 된 것처럼 이진성 씨 주변에서 또 사고 일어나도 제가 피해자들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영 :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는요?"
이음 : "이진성의 증거품을 획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누가 보낸 투서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이유도 없죠.
더군다나 이진성이 벌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거짓투서를 보낼 이유조차 없습니다. 이진성의 조력자임이 분명합니다. 여기서 이영씨를 제외한다면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강경자 씨 한분만 생각 나네요."
영 : "형사님이 할머니를 의심하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도 바라지 않았던 일인데 결국 이렇게 일이 흘러가네요."
이음의 이야기를 들은 영은 저절로 고개가 숙였다.
경자가 결국엔 진성의 편에 서기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진성에 의해서 무고한 피해자가 한 명 더 생기는 꼴이 돼버렸다.
이음 : "제 무고함은 제가 밝히겠습니다.. 저는 떳떳하니까요. 하지만 이진형 씨 관련된 사건이 제대로 처리 되지 않는다면 저에겐 풀지 못한 숙제,꼬리표처럼 불명예스러운 소문들이 계속 따라다니겠죠.
(이음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고, 영은 이음의 눈치를 보며 봉투 안의 서류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투서에 이진형 씨는 단순 자살인데도 불구하고 담당형사가 아니었던 사람이 계속해서 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며, 목격자를 찾겠다면서 죄 없는 사람들을 붙잡고 늘어지는 등 사생활 침해 및 생계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을 괴롭힌다고도 부풀려져 쓰여있습니다.
전 이걸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사람들이 보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거짓으로 썼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강경자 씨가 하신 거라고 더 확신이 들게 했어요.
이진형 씨 관련해 광진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제가 만났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모두 협조적이셨고요. 이전에 이진성 씨를 사기 고발하고 취하했던 실종자분에 대해서 지속 찾아다니는 것은 멈추겠습니다.
그분의 휴대전화기개통 기록이라든지 계좌사용 이력 여부 등이 생체신호가 확인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분들이 실종신고를 하거나, 연락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요.
이진형 씨 사건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조사하는 것도 멈춘 지 오래되었고 사건 관련해서 조사해서 남긴 기록이나 증거품도 없다고 할 예정입니다."
영 : "이 투서는 형사님 앞으로 도착한 건가요?"
이음 : "아니죠. 저희 경찰서 앞으로 도착한 거고 원래 당사자한테 공개하지 않고 내용만 읊어주는 식으로 청문회가 열리는데 청장님이 따로 전달해주신 겁니다. 제가 청장님께 투서내용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 명확하게 사건종결이 난 게 바르다고 시인하겠다 조건으로요."
이음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듯 혀를 찼다.
영 : "여러모로 손해를 끼쳐 죄송해요. 컴퓨터로 작성한 거라 누가 썼는지도 파악하기 어렵겠어요."
이음 : "제가 이걸 이영씨에게 보여주고, 투서가 들어왔다고 알려 드리는 건 이영씨도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하라고 알려 드리는 거에요.
만약 지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게 저 같은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인인 이영씨까지 함께하는 게 알려지면 소문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달려들지 모르거든요.
지금 언론사에서도 과잉수사 관련해서 전화가 걸려오는데 경찰서 출입하시는 것도 줄이시고 서로 중요하게 할 말이 아니라면 이전처럼 연락에 관련해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습니다."
영 : "네 알겠어요. 혹시나 정말 중요하게 드릴 말씀 아니라면 연락 안 드릴게요."
이음 : "네, 그럼 전 청문회 말고도 징계위원회에 또 참석을 해야 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이음이 먼저 서류를 정리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영은 몇 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 뒤 카페에서 나왔다.
경자가 단순히 진성을 집에 숨겨두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진성에 대한 의혹들까지 모두 지우려고 하는 거라면, 영이 진심 어리게 이야기했던 진형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마음이 경자에게 전달이 안된 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경자가 벌써 진형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형이 더욱더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