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1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18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낮] ————-
영을 발견한 경자 또한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의사가 가운데서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자 :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리가 직접 움직여도 되는데 워낙 밖에 나가기 조심스러워서요."
경자는 금세 표정을 바꾸고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는 이어 나갔다.
의사 : "아무래도 요즘 기침환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니 이해합니다. 요즘 통 연락이 없으셔서 건강히 잘 지내 시나 보다 생각이 들어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가 오가는 전화 한 통에 긴장감이 생기는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허허"
경자 : "예 그렇지요 선생님. 덕분에 건강 잘 챙기고 있습니다."
의사 : "그럼 환자분은 어디에"
경자 : "예, 2층으로 가시지요."
경자와 의사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랐다.
영 : '작은 아빠 때문에 온 게 아니구나?'
의사라는걸확인했을때에 당연히 진성 때문에 불렀으리라 생각했지만, 지하실로 향할 줄 알았던 경자의 걸음이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하자 영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거실의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거실을 두리번거리다 지하실에 내려가 볼까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치를 보며 주방으로 향했지만, 위층에 경자가 있으니 언제 내려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영은 빠르게 다시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사 : "요즘 기침 감기가 유행이기도 하지만 목이 많이 부은 상태입니다. 우선 3일 치 약을 보내드릴테 복용해보시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다시 전화해 주시거나 내원하세요."
경자 :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의사 : "그나저나 이렇게 장성한 손녀가 계시니 든든하시겠습니다. 여사님 젊었을 때 모습도 보이고, 눈은 꼭 첫째 아드님을 닮은 것 같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경자 : "(애써 웃음 지어 보이며)차는 밖에 대기하고 있을 테니 아무쪼록 조심히 가시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의사 : "예 그럼 또 뵙겠습니다."
의사는 경자의 뒤에서 있던 영 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현관문을 나섰다.
경자는 현관문을 닫지 않고 의사가 대문을 넘어 차가 출발하는 소리까지 확인하고선 집안으로 다시 들어와 영의 앞에 섰다.
경자 : "내 말귀를 못 알아 듣건 지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 네 고상한 시할머니가 이렇게 남의 집에 불쑥불쑥 찾아 들어오는 것을 알면 참으로도 좋아하겠구나."
영 : "할머니와 저. 서로 협상한 게 있지 않아요? 저에게 중간다리 역할 하면서 경찰과 할머니 사이에서 이야기 전해달라고 하시고, 지금 일방적으로 연락도 안 받으시면서 협상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 안 하시는 건 할머니 같으신데요?"
경자 :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은 아니란 거 알고 있지 않니? 나도 엄연히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집에는 돌봐야 할 식구가 있는 사람이란다.
그깟 며칠 연락 안 되었다고 전전긍긍하며 살면 이 세상을 어찌 맨정신으로 살아가겠니? 빚쟁이도 연체되기 전까진 정해진 날짜에 맞춰 돈달라 연락하지 매일같이 사람 들들 볶진 않는다."
영 : "할머니 갑자기 왜 또 이러세요. 작은 아빠 구해주고 싶으시다면서요.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고 저한테 중간다리 역할 해달라고 하신 것 아니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행동하시는 거에요? "
경자 : "(주방으로 걸어가며) 이리 당당한 걸 보니 경찰서에 쫓아가서 아주 대단한 증거가 있는 걸 확인이라도 하고 온 모양이구나. 그래 네가 보니 무슨 증거가 있던. 그게 우리 진성이냐 진형 이를 빠트려 죽였다는 대단한 증거라도 되든? 그래서 이러는 거니?"
영 : "(경자를 쫓아가며) 그게 대단한 증거든 아니든. 어쨌든 증거가 있는 건 확실하다는걸 듣고 온 거에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경찰은 지금이라도 당장 작은 아빠 잡아들이겠다고 난리인데, 계속 지하에 숨겨두실 거냐고요."
진성 : "집에 누가 왔어요?"

너무나도 멀쩡한 진성의 목소리가 영의 뒤에서 들렸다.
영은 온몸에 털이 일어서는 듯한 소름이 끼쳤다.
이 목소리 진성이 확실하다.
지하실에서 현실에 찌들어 본인을 놓아버린, 정신 나간듯한 목소리가 아니라 금성의 집으로 이사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너무나 건강하고 생생했던 진성의 모습이 그려지는 목소리였다.
영은 얼어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영 : "자…작은아빠"
진성 : "영이구나? 이햐 이게 얼마 만이야. 잘 지낸 거야? 엄마 영이냐 온다고 왜 이야기 안 했어요."
경자 : "감기 걸려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손님을 어떻게 부르니, 얘 혼자 들이닥친 거지"
진성 : "(영을 끌어안으며) 이야 우리 영이 못 본 사이에 완전 아가씨가 다되었네. 안 그래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자식 너는 작은 아빠 보지 않고 싶었어? 엄마 영이 왔는데 맛있는 것 좀 내줘요. 집에 비싸고 맛있는 거 많을 거 아니야. 응?"
진성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너희하고 때가 잔뜩 탄 옷에, 더벅머리를 넘어서 장발이 되어가던 머리, 면도를 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덥수룩하던 수염은 온데간데없고
깔끔한 옷차림에 윤기나는 피부까지 당장 방금까지 라도 이 집에서 정상적으로 쭉 생활해오던 사람처럼 보였다.
경자 : "진성아. 방금 의사선생님 다녀가셨는데 기억 안 나니? 단순 기침 감기 인지 몹쓸 전염병인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은데 사람을 그렇게 마음대로 만지고 해서야 되겠어? 일단 올라가 있어라 함부로 1층 내려오지도 말고"
진성 : "그래도 영이냐 왔는데 어떻게 그래요. 영아 우리 뭐할까 거실에서 티브이로 영화라도 볼까? 너 영화관 가는 거 좋아했잖아."
경자 : "이 녀석이 그 감기 사방팔방 다 옮기려고 작정을 했네 어휴. 얼른 안 올라가?"
진성 : "아휴 알았어요. 어쩜 나이가 드셔도 기운이 이렇게 넘치셔? 영아 미안해 이거 마스크 보이지? 난 그냥 감기 같은데 이렇게 유난이시네? 나도 약기운이 올라오려나 좀 졸리긴 하네. 영아 또 와. 알겠지?"
진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2층으로 다시 올라갔고, 경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지켜보다 거실로 다시 향했다.
경자 : "이 여사, 소꼬리 사다가 좀 끓일까 봐. 내일 저녁에는 먹게"
영 : "(경자를 쫓아 나오며) 할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작은 아빠가 어떻게. 그리고 상태가"
경자 : "상태가 왜? 감기? 그래 나도 걱정이구나. 단순히 감기가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전염성 강한 병이면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될 텐데, 너도 돌아가서 위생관리 잘해라. 멋대로 들어와서 병 옮아가서 그쪽 집까지 난리가 나면 내가 책임져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영 : "그 말이 아니잖아요. 언제 나온 거에요. 아니 그렇게 가둬놓으시더니 왜 놓아주신 거에요?"
경자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정면을 바라보다 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경자 : "한 이틀을 고열에 시달리길래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데려갔더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다 하더구나. 그래서 며칠 입원시켜놓고 나니 몸 상태는 좋아졌고, 거의 기절한 상태로 있다 일어나니 본인이 지하실에 있었는지 어디 있었는지 통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무래도 두통도 오래 앓았고 스트레스 때문에 해리성 기억상실 진단을 받았다. 언제 기억이 돌아올지 모르지만, 우선은 두고 봐야지."
영 : "기억상실이라뇨?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경자 : "의사들이 그러는 것을 난들 아니. 진성 이도 지금 웃는 것처럼 보여도 많이 힘들 것이야. 깨어나자마자 자기 형,형수부터 찾았는데 만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니 실어증 걸린 사람 처럼 한동안 밥도 먹지않고 말을 못했다. 그러다 감기에 걸려서 이렇게 된 거고"
영 : "그…그래서요?"
경자 : "그래서 라니? 그럼 기억도 없는 애한테, 지 형 찾아다니는 애한테, 형이 자살했는데 경찰에서는 타살로 의심하고 있고 그 용의자가 너라고 말해주랴? "
영 :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 억울한 건!"
경자 : "차라리 잘되었다. 나도 어차피 경찰 말 믿고 있지도 않았고 겨우 예전 모습 찾은 아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어두운 과거로 다시 데리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 없다."
영 : "아니 작은 아빠가 이 집을 떠나있던 게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예전 모습이라뇨? 작은 아빠가 밖에서 어떤 행실로 살았는지 말씀드렸잖아요!"
경자 : "스스로 기억을 찾지 않는 이상 스트레스 때문에 기억까지 잃은 아들 닦달할 마음 나는 추호도 없다. 차라리 잘되었지. 지금부터라도 새 인생 살게끔 옆에 끼고 만들어주면 된다.
나도 계속 생각하면 마음아픈 이야기이니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도 널 마주하고 싶지도 않구나. 인제 그만 너도 돌아가고 앞으로 다신 연락하지 말자. 진성이냐 널 찾더라도 안 와주었으면 좋겠구나. 안정이 필요한 상태이니 말이다."
영 : "아니죠. 이렇게 마무리하시면 안 되는 거죠. 그럼 할머니가 먼저 경찰에 연락하세요. 그 형사 직접 만나세요. 작은 아빠는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증거 있으면 직접 확인하고 데려가 보라고 해보시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