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15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15화 / S#1 송화경찰서 [낮] ————-
영은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택시에서 내렸다.
눈앞에는 경찰서 전경이 펼쳐진다.
윤혁은 함께 가겠다 이야기했지만, 윤혁과 함께 방문한다면 이음을 꾀어내기 어렵다 생각이 들었고
경자가 시켜 태석이 어디선가 또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혼자 움직였다.
1층에서 출입증을 받고 이음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형사1 : "어떻게 오셨죠?"
영 : "양 이음 형사님 뵈러 왔는데요."
형사1 : "팀장님 지금 자리 비우셨는데, 약속하고 오신 건가요?"
영 : "아뇨, 어디 가면 뵐"
형사1 : "오셨네요. 팀장님 손님 오셨는데요?"
영이 뒤를 돌아보자 이음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이음은 영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음 : "갑자기 무슨 일로"
영 : "저희 아직 대화가 마무리 되지 않았죠?"
형사1 : "손님이 아니세요?"
이음 : "어, 아니야 맞아. 이쪽으로"
이음은 영에게 밖으로 따라나오라는 손짓을 하고 다급하게 나갔다.
하지만 영은 천천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하며 이음을 따라나섰다.
이음은 복도를 한참이나 걸어서 취조실로 영을 안내했다.
진성에 대해서 처음으로 이음을 통해 들었던 그 장소이기도 했다.
영은 취조실 한쪽 벽면을 바라보며 진성이 있는 경자의 지하실을 생각했다.
이음 : "(문을 닫으며) 다시 연락 닿으려면 한참은 있어야 한다 생각했는데, 직접 오실 줄을 몰랐네요."
영 : "밖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기엔 제가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요."
이음 : "그건 저도 공감합니다. 어디선가 이진성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영 : "네 그럴지도 모르죠."
마주앉은 영과 이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영 : "증거를 보려고 왔어요. 증거가 있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이음 : "이진성이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기억이 안 나시나 봐요?"
영 : "작은 아빠가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으실 것 아니에요. 전 그게 뭔지 듣고,보고싶어요. 단순히 택시기사님의 말만으로 형사님이 제게 증거가 확실하다고 하시는 건 전 믿을 수가 없어요. 다른 게 있는 거죠?"
이음 : "하, 이것 참…"
이음은 괜히 고개를 돌려 영의 시선을 피했다.
이음 : "이영씨. 전 이영씨를 믿습니다. 이진성을 숨겨주거나, 이진성이 도피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실 분이라 생각이 들고요.
근데 지난번 병원에서 만났을 때 자리를 피하신 것도 그렇고,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시는 것도 그렇고 제가 이영씨를 믿고 있는 마음에 의구심이 들게 행동하시네요?"
영 : "병원에선 어쩔 수 없었어요. 보는 눈도 많았고 갑자기 증거가 있다고 말씀하시니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더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저도 생각을 많이 했고, 그 증가가 뭔지.
증거라 확신하는 게 무엇인지 사진이라도 있는 건지 확인해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자 왔어요. 형사님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라 생각이 드는데 그 증거가 뭔지 정도는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영의 말을 들은 이음은 팔짱을 낀 채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영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취조실에서 나갔다.
이음도 말로는 영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고 영은 생각했다.
이음은 범죄자로 의심되는 진성을 잡아야만 하는 형사.
영은 진성의 조카.
서로를 무조건 신뢰하긴 어려운 관계이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음은 양손에 종이컵을 든 채로 진한 믹스커피 향을 내뿜으며 다시 취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영의 앞에 종이컵 하나를 올려놨다.
영 : "전 괜찮아요."
이음 : "아, 아메리카노만 드시나요? 자판기 커피맛이 시원치 않아서 혼합으로 했는데"
영 : "마음만 받을게요."
뜨거운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벌컥 들이킨 이음은 한 손으로 종이컵을 구기더니 책상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영이 먼저 입을 열면서 정적은 깨졌다.
영 : "작은 아빠를 만나면, 바로 체포하실 건지 궁금해요."
이음 : "그게 왜 중요한 거죠?"
영 : "만약 작은 아빠가 가지고 있다는 증거. 그걸 이미 훼손했다거나, 예상하신 것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체포하는 게 무의미해져 버릴까요. 그럼 작은 아빠는 풀려날 거고요."
이음 : "풀려나길 바라서 물어보시는 건가요?"
영 : "증거가 확실하다면 풀려나지 말아야 하니까 여쭤보는 거에요. 딸로서 어떻게 아빠를 죽인 범인이 풀려나길 바라요."
이음 : "흠… 경찰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범죄자들은 가족은 반반입니다. 맨 처음 범죄사실을 알렸을 때 그럴 리 없다며 매우 분개하거나, 오히려 저희에게 사과를 하시죠. 가족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는걸 모르고 내버려뒀다는 거에 대해서요.
그런데 대부분 높은 확률로 가족이기 때문에 범죄자를 감추어주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잘 타일러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살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범죄자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킬 때 가족들 생각을 했을까요? 전혀요. 작은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들부터 사기,살인 등 모든 범죄를 일으킬 때 본인포함 가족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도 자신의 자녀가, 자신의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까 봐 두려워했다는 기록은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전 그래서 범죄자들의 가족은 잘 믿지 않아요. 근데 이영씨에게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범죄자의 피해자 또한 가족이니까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영 : "(고개를 끄덕인다.)"
이음 : "한 가지만 분명히 약속드릴게요. 이진형 씨는 본인 스스로 목숨을 놓은 게 아닙니다. 몸에 난 상처들. 일반적으로 몸을 쓰는 일을 하시는 분들도 일하다 그렇게 상처가 생기지 않아요. 누군가 쥐어뜯고 긁어서 생긴 상처랑 비슷하죠. (영에게 휴대전화기를 들이밀며) 몸싸움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처들입니다."
이음의 휴대전화기를 집어든 영은 온몸이 차갑게 얼어 붙는 것만 같았다.
얼굴을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만 보아도 진형의 몸 사진이라는 것은 명확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진형을 마주하니 영은 온몸의 피가 뜨거워지면서도 피부는 얼어붙고 있는 것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영 : "왜…이 사진들은 언제 찍으신 것 가요? 전 이런 사진이 남이 있다는걸 들은 적이 없어서요."
이음 : "처음부터 자살사건으로 판정되긴 했지만…그때 당시 이영씨 미성년자셨잖아요? 당연히 담당 수사관이 이런 사진들을 보이지 않은 게 당연하겠죠.
제가 자료를 보니 시신이 안치실에 도착하고 본인확인을 하러 오신 것도 이진형,이진성씨의 모친인 강경자 씨였고요. 아무리 이영씨가 자녀분이라 한들 유일한 가족이 아닌 경우에는 미성년자는 이런 일에는 배제되길 마련이죠. "
영 : "잠시만요. 전 우리 이모가 제일 먼저 연락 받은 줄 알았는데요?"
이음 : "생각해보세요. 멀쩡히 직계가족인 강경자,이진성,이영씨가 살아있는데 배우자 쪽의 가족에게 연락을 먼저 한다고요? 그럴 리가 없죠. 착각하신 걸 거예요. "
영 : "그런 거겠죠…"
이음 : "그럼 우선 사진을 다시 보세요. 이진형 씨 가슴에 있는 멍 자국. 이 부위는 상처가 생기기도 어려운 곳입니다. 여기 멍 어떻게 보이세요?"
영 : "(사진 속 진형의 몸에는 겨드랑이와 가슴이 이어지는 부근에 아치형태로 멍 자국이 보였다.) 어디 긁힌 것 같은데… 이렇게는 모르겠어요."
이음 : "치아 자국입니다."
영 : "네?"
이음 : "멍이라는 게 점점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정확히 상처 부위에만 생기진 않거든요. 그래서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고요. 근데 찢어진 상처는 다릅니다.
확실히 피부가 찢어져 밖으로 피가 나올 정도로 생긴 상처는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 판별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이진형 씨는 멍 만든 게 아니라 상처가 있었어요. 물론 남아있는 게 사진밖에 없긴 하지만 추정은 가능했습니다. 뼈가 부러지지 않았으니 강한 타격을 받은 건 아니고, 생각보다 상처가 선명했거든요. "
영 :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요?"
이음 : "당연히 겉으로 보기엔 그렇죠. 하지만 요즘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해서요. 제가 당시 검시관과 병원 의사분께 협조를 구해서 국과수에서 상처에 대한 결론을 지어줬습니다. 상처는 아치형. 상처의 깊이는 1cm 미만. 떠오르는거 있으세요?"
영 : "…물린…"
이음 : "네 맞습니다. 물린 상처에요. 강아지,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물었을 때 살이 깊게 파일 정도로 물었다면 뼈는 부러트리지 못하지만, 매우 강한 힘으로 물었겠죠. 단순한 학연,지연 등 안면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아뇨. 원한관계인 사람만이 이렇게 할 수 있겠죠."
영 : "아무리 그래도 이게 아빠를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지 않나요?"
이음 : "이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죠. 하지만. 하지만 이 상처가 사망 직전에 생긴 거라면 이 상처를 만들어낸 사람이 범인일 확률이 높겠죠? 몸싸움 중 다리에서 밀었다든지. 기절을 시키고 밀어 떨어트렸다든지 생각보다 방법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