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11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11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낮] ————-
영 : "…우리아빠…네가 죽였잖아"
영의 말에 진성은 사색이 되어 창문에서 멀어졌다.
진성 :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영 : "(진성을 노려본다.)"
진성 : "아니야!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뭔데, 아무것도 없잖아. 증거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면서! 왜 날 떠봐 왜! 나 정말 아니야.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영 : "떠본 게 아니라면?"
진성 : "(눈빛이 흔들린다.)"
영 : "작은 거 하나라도 놓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나비효과처럼 말이야.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게 나중엔 크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건데. 정말 작은 거 하나라도 실수한 적 없어?"
진성 :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내가… 내가 그런 적이 없는데 무슨 이상한 소리야. (다급히 창문으로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며) 영아, 기억나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형도 형수도 네가 날 무척 좋아한다고, 남들이 보면 우리가 부녀 사이인 줄 알겠다고 그랬잖아. 나 한 번만 살려줘라. 응?
나 여기 이렇게 가둬진 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나 밥도 제대로 잘 못 먹고, 어 화장실. 화장실 좀 봐. 누가 날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수치스러움에 마음 놓고 볼일도 못 보고, 제대로 자보지도 못했어. 나 한 번만 살려줘라. 응? 지금 나 살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영 :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하는구나…내가 뭘 기대한 것인지 모르겠네. 나 그렇게 작은 아빠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거지꼴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진심으로 걱정했어. 근데 나만 걱정했던 거였네.
난 나한테 최소한이라도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하다. 어떻게 지냈냐 .사과라도 한마디 할 줄 알았어. 근데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정말 최악이다. (애써 웃음 지으며) 제정신 아니라며,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게.
우리가 지금 대화가 되고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네. 할머니가 병원에 보낼 생각은 전혀 없으시데, 그러니까 잘 지내. 아 참 나도 다시는 안 올 거 같아. 그럼 안녕"
진성 : "자…잠깐만!"
진성은 돌아가려던 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진성 : "진실을 알고 싶어? 그럼 단 하나야. 날 여기서 내보내. 최소한 이 방에서라도 만큼은 말이야. 그럼 내가 뭐든지 말해줄게"
영 : "나 바보 아니야. 나 작은 아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 사람들 속이는게 일상이고 생활이었던 사람. 그런 사람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나 작은 아빠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도 못 믿어"
진성 : "그럼 나랑 거래해. 내가 먼저 한가지 사실을 알려줄게. 그런 다음에 결정하면 되잖아. 그렇지?"
영 : "들어볼게. 나한테 이야기해줄 그 한 가지 사실이라는 게 뭔데?"
진성 : "형수 일 말이야."
영 : "엄마? 엄마 무슨 일?"
진성 : "형수 그렇게 떠나보내고, 형이"
경자 : "그만"
진성이 무언가 이야기 하려고 할 때 계단에서 갑작스럽게 경자가 나타났다.
영 : "잠깐만요."
경자 : "아니 인제 그만, 내가 말했지 시간은 단 3분이라고"
경자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태석도 옆방에서 나왔다.
영 : "잠시만요. 1분만 더요."
진성 : "나 찾으러 와 꼭!"
태석은 진성의 방 창문을 닫았다.
영 : "아무런 문제 없었잖아요. 이야기만 더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경자 : "끌어내"
영 : "아니야, 잠깐만! 잠깐만요!"
태석은 아까와 똑같이 영을 들고선 1층으로 올라왔다.
영이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영은 쫓겨나듯 대문 밖으로 내쳐졌고, 아무리 문을 두드렸지만 경자의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경자의 대문 앞에 맨발로 주저앉은 영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실 진성을 이렇게 앞에서 만나게 될 줄 상상도 못했고, 차갑기만 한 경자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지금 진형의 죽음에 관하여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진성 한 사람뿐일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해보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하게 진성의 입에서 은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시간을 조금만 더 줬다면 무언가 들을 수도 있었을 텐데 경자가 가로막고 있다.
이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당장 이 음에게 연락해 진성의 소재지를 이야기하고 경자의 집에서 빼내어 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식적인 수사도 하지 않고 있고 증거도 혐의도 없이 진성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또다시 도망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자만 호의적으로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경자는 진성의 모든 말을 다 믿지 않는 듯했고 진성과 다른 사람이 접촉하는 것도 싫어하는 듯했다.
경자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진성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걸까
진성은 그저 사기꾼이라 영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은성의 이야기를 꺼낸 것뿐이었을까.
누굴 믿고 행동해야 하는지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끼익-.
그때 영의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차에서 누군가 내려 영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었다.
성호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대문을 올려다보며) 할머님이랑 싸운 거야?"
영 : "회장님"
성호 : "일어나. 가자"
성호는 영을 보조석에 태운 뒤,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그리고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을 텐데 차를 돌려 굽이진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한낮이였지만 날씨가 선선해 그런지 드넓은 공원에는 인파가 넘쳐났다.
성호는 주차를 하고선 영을 쳐다보며 미소를 띠며 차에서 내렸다.
따라내린 영에게 입고 있던 양복의 재킷을 입혀주고선 셔츠 소매를 걷고선 영에게 손을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영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성호는 먼저 나서서 영의 손을 잡고선 북적거리는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영 : "이렇게 밖에 나오셔도 괜찮아요? 수현 실장님도 안 계신 데"
성호 : "여기 사람들을 봐.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어"
영 : "그래도 혹시나"
성호 : "혹시나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혹시나 나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고민하다 보면 말할 시간도 기회도 다 놓쳐버려 어떨 땐 뒤에 생길 일을 다 미뤄놓고 마음 가는 데로, 생각하는 데로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는거야 "
성호는 자판기에 음료 두 잔을 사서 영에게 한잔 건네줬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영과 성호는 적당한 벤치에 앉았다.
성호 :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거야. 말하기 싫을 수도,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시기를 놓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시기를 놓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까지 놓칠 수가 있어. 그러면 상황을 해결할 중요한 키까지 놓쳐버리는 거지"
영 : "(성호를 빤히 쳐다본다.)"
영과 성호의 주변엔 나들이를 나온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하하 호호 웃음꽃이 지지 않는 연인들이 가득했다.
성호 :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한가지 고민이나 힘든 것 하나쯤은 다 품고 살 거야. 근데 겉으로 티는 내지 않을 뿐이지, 그게 금적적인것이든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든 누구든 마음속에 바싹 말라버린 흙 한 줌 은씩은 다 있어.
근데 다들 웃고 있잖아? 그 정도 한 줌의 흙은 숨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지. 근데 지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마음속 여유보다 마른 흙이 더 많은 사람이겠지.
그 흙을 적실 수 있는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일텐데, 마음이 너무 말라버려서 그 말라버린 흙을 적셔줄 비를 몰고 올 비구름이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어.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있을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서먹한 작장 동료 한테 있을 수도 있는데 마음이 말라 눈이 멀고,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한참을 찾아다니고 있는 거지. 근데 영이 넌 달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거든.그 말라버린 흙을 적셔줄 사람들이 주변에 아주 많아. 넌 그저 누구의 손을 잡고 이야기할지 고르기만 하면 끝이야. 꼭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 혼자서 더 마른 흙을 만들어 내지는마"
영 : "(성호를 쳐다보는 영의 눈이 반짝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