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08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08화 / S#1 고은동 J.U.자택 본관 [낮] ————-
영은 며칠이나 고민했지만, 도저히 경자의 집에 가서 실내에서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경자의 집 안에 들어가는 방법조차 생각나질 않았다.
윤혁의 핑계를 대며 저녁 식사에 한번 초대해 줄 수 있겠느냐 물어보는 것도 경자가 수긍할 리 없었고,
아무 일도 없는데 생각나 찾아왔다고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이럴때 그래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진성이라도 있었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라도 집안에 들어가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진성은 이래저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음에게 연락해 진성이 경자의 집에 왔었다고 이야기하고, 집안 수색을 요청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미 이음이 정식수사 건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수색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하루가 다 저물어갈 때쯤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윤혁이 무심코 하는 말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윤혁 : "오늘 외근을 나갔다가 수제 다식을 판매하는 집을 봤는데, 다음에 영 이씨 좀 사다 줄까요?"
영 : "다식이요?"
윤혁 : "네, 할머니가 다른 한과는 안 드셔도 다식은 좋아하셔서 우리 집은 가끔 사다 먹었거든요. 오늘 지나는데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영 : "…윤혁씨 혹시 선물세트 같은 것도 있을까요?"
영은 윤혁에게 부탁해 다식 선물세트를 손에 넣었다.
이것을 핑계로 경자의 집에 찾아갈 생각이었다.
혹시 몰라 출발 전 경자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5분 뒤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영은 경자에게 심부름 때문에 집에 10분 후 도착할 예정이라고 문자를 남기고선 급하게 경자의 집으로 출발했다.
영의 달 – 107화 / S#2 고은동 경자의 집 [낮] ————-
경자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영은 침착하게 인터폰을 눌렀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카메라가 켜졌다는 표시와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여사 : "누구세요?"
영 : "저에요. 손녀"
이여사 : "지금 집에 아무도 없으니 나중에 오세요."
영 : "잠시만요. 저 오는 거 이미 할머니가 알고 계세요. 저도 시댁 어르신 심부름 온 거고요."
이여사 : "집안에 아무나 드리지 말라고 하셔서 저도 문 못 열어 들여요. 문앞에 두고 가시면 제가 들고 들어갈게요."
영 : "저 아무나 아니고 손녀예요. 그리고 이거 음식이라 두고 갈 수가 없어요."
인터폰을 받은 사람은 한참 고민하는 듯 시간을 끌더니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영은 당당히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사람이 안에서 나왔다.
이여사 : "져 주세요."
영 : "제가 그냥 손님도 아니고, 손녀인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
이여사 : "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일하는 처지에서 사람들이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주셔서 어쩔 수가 없어요."
영 : "저도 할머니 안 계시는 집에 오래 있을 생각 없어요. 그냥 물 한 잔만 주세요."
이여사 : "…들어오세요."
하는수없다는 듯이 영을 집안으로 들였다.
이여사 : "(소파를 가리키며)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영 : "주스 있을까요?"
이여사 : "…기다리세요."
영은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무례해 보일 수 있어도 일부러 더 큰 것을 요구했다.
작은 쟁반에 담긴 주스가 영의 앞으로 도착할 때쯤 영은 컵을 건네주는 손을 일부러 잡지 않고 옷에 내용물을 모두 쏟았다.
영 : "아 차가워"
이여사 : "괜찮으세요? 어머나 일을 어쩌면 좋아"
영 : "컵이 다 깨져버렸네…죄송해요 제가 손에 힘이 없었나 봐요…혹시 갈아입을 옷 있을까요? 이 상태로 집에 갈 수도 없고"
이여사 : "어쩌나 이걸. 아들만 둘 뿐인 집이라 안 입는 옷 중에서도 마땅한 게 없을 텐데, 우선 사방팔방에 다 유리니 좀 나와계셔 보세요. 이거 먼저 정리 좀 하고 옷 있나 찾아볼 테니까"
영 : "네"
영은 온통 유리조각인 거실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을 뒤로 한 채, 주방으로 걸어가는 척하며 발을 빠르게 움직여 1층의 곳곳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언제 영을 다시 찾을지도 모르고, 경자에게 집으로 온다고 문자를 남겼기 때문에 지금 오고 있는 중일 수도 있었다.
침실과 서재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 그 외 문들만 확인하면 되었지만
윤혁의 집 만만치 않게 넓은 면적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가 있지만 흐트러짐 없어 보이는 팬트리부터 화장실까지 모든 곳의 문을 열어봤지만, 지하실로 연결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기회를 놓쳐야 하는 건가 싶어 주방으로 돌아가는 길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주방 옆, 당연히 붙박이 장식장 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하실로 연결된 계단이 있을 리 만무한 곳이다.
너무나도 눈에 띄고, 혹여 영이 아니라 다른 손님이라도 손쉽게 열어볼 수 있는 문이었다.
의문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당연히 수많은 접시나, 간단한 식료품이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한 문은 깜깜한 어둠으로 가득했다.
바로 눈의 띄는 곳에 스위치가 있어 불을 켜니 밝은 LED 등이 천장을 따라 연속으로 켜졌고,
외부에 있는 계단보다 더 많은 개수의 계단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은 무엇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소름 돋은 한기가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했다.
계단 끝에는 밝은 조명이 들어왔고, 반대편과 다르게 출입문이 또 하나 달린 것은 없었다.
좁은 복도엔 경자의 다르게 빈의 자들만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문은 단 2개뿐.
반대편 계단과 가까운 문은 열려있었고, 영과 가장 가까운 문은 닫혀있었다.
닫혀있는 문의 모양은 희한하기만 했다.
잠금장치는 밖에 있었으며, 아래위로 미닫이 창문이 2개나 달려있었다.
잠금장치는 자물쇠가 달려있었기에 열어볼 수 없을 것 같아 미닫이 창문을 열어보려는 순간 안에서 괴성이 들렸다.
철문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듯한 소리였다.
영은 다급하게 떨리는 손으로 위쪽의 미닫이문을 열었다.
영 : "누구세요? 괜찮으세요?"
하지만 창문을 열었음에도 안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창넘어로 보이는 것은 침대와 책상.
그리고 책상 위에는 수많은 종이와 볼펜.
구겨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영 : "아무도 안계세요? …악!"
영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분명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창문 밑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진성 : "사…살려줘…살려줘…머리가 깨질 것 같아…살려줘"
영 : "(몸을 일으키며) 자…작은 아빠? 작은아빠 맞지. 그렇지!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응? 정신 좀 차려봐. 왜 그러는데!"
태석 : "그만!"
어느새 영에게로 다가온 태석이 진성의 방의 창문을 닫고 영을 들어 올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영 : "이거 놔요! 여기 사람이 있잖아요!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거 얼른 놔요!"
태석에게 들쳐진 영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1층에 있는 소파에 반쯤 내동댕이쳐졌다.
영 : "당신!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을 지하실에 가둬놓을 수가 있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런 줄 알아요!"
태석은 휴대전화기를 찾는 영의 팔을 단단히 잡고 휴대전화기를 압수해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영 :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왜 남의 휴대전화기를 함부로 가져가요? 얼른 내놔요!"
경자 : "그만해라."
영과 태석이 작은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 경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파에 바로 앉아 영의 모습을 경자의 훑어보기 시작했다.
경자 : "꼴이 그게…쯧쯧"
쥬스때문에 얼룩덜룩해진 옷을 입고, 태석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다 머리까지 헝클어진 영의 모습이 못 마땅 한 듯 혀를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