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의 달 – 107화 / 드라마 웹 막장 소설 추천

영의 달 – 107화 / S#1 고은동 경자의 집 [밤] ————-
영의 숨소리가 가빠지자 윤혁은 진정하라는 듯 영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소파로 앉을 수 있게끔 몸을 움직였다.
경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영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전원이 꺼진 TV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영이 겨우 소파에 앉았고, 불신에 가득한 눈빛으로 경자를 쳐다보았다.
경자 : "오늘도 미안하지만, 대접을 거하게 해주긴 어려울 것 같구나"
영 : "필요 없어요.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고요."
경자의 집은 오늘도 바람이 벽에 부딪히는 울림소리 같은 것이 났다.
영은 높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이 높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더 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경자 : "자,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시작을 해볼까?"
영 : "네, 전화는 왜 안 받으셨어요? 통화가 더 편할 것 같다고 하신 건 할머니셨잖아요."
경자 :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화가 온 지도 미쳐 몰랐구나. 지금도 휴대전화기가 어디 있는지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아. 내 함 찾아보마."
영 : "낮에 그 남자. 작은 아빠 맞는 거죠? 어디에 있어요? 집에요?"
경자 : "하나씩 하자고 이야기했건만, 성격이 너무 급하구나."
영 : "제가 지금 급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찾고 있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경자 : "목소리가 너무 울리는구나, 언성은 좀 낮추는 게"
영 : "할머니!"
경자 : "네가 그리 흥분하고 소리 지른다고 상황 달라질 것 아무것도 없다! 나라고 큰소리 낼 줄 몰라 가만히 있는 것 같니? 막돼먹은 것이 아주 예의가 없구나!"
윤혁 : "영 이씨, 천천히 이야기해요 천천히. 지금 너무 흥분했어요. 옆에 나 있잖아요. 우리 천천히 대화해봐요. (영의 손을 잡는다.)"
영 : "후…어떻게 찾으신 거에요? 집으로 직접 찾아온 거에요?"
경자 : "그래. 거지꼴을 하고선 집 앞에서 서성거리는 걸 잡아다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려고 했더니. 그사이 무슨 변덕이 생겼는지 집을 뛰쳐나갔다."
영 : "다시 잡으셨잖아요."
경자 : "집에 거의 다 와서 차 속도가 줄어드니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더구나"
영 : "양옆에 그 남자들을 다 밀고서 뛰어내렸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경자 : "사람이 방심을 하게 되면, 계획했던 일도 순식간에 망치길 마련이란다. 나도 내 직원들도 방심했을 뿐이다."
영 : "그래서 다시 놓치셨다고요?"
경자 : "죽기 살기로 달려나가는데, 차를 타고 있는 도중에도 쫓아갈 생각이 안 들더구나. 얼마나 도망가고 싶었으면 저렇게 뛰어가나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영 : "처음에 집에 왔을 때는 요? 뭐 이야기한 건 없었어요? 아무런 대화도 안 하셨어요?"
경자 : "보이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다. 그저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라 단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래서 나도 의문이구나 그 한마디를 무슨 의미로 받아들였기에 그렇게 죽기 살기로 도망갔는지. 나로서는 짐작 가는 부분이 없구나. 아니면 집에 온 것 자체가 아차 싶었던 것이겠지.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 판단을 잘못한 거구나. 하고 도망친 것도 있지 않겠니?"
영 : "…하아"
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얼마 만에 찾은 진성인데, 얼마 만에 얼굴을 확인한 진성인데.
이대로 또 놓쳐버리다니 마음이 공허했다.
영 : "그래서 정말 아무런 말도 한 게 없다는 거죠?"
경자 : "대화 자체를 안 했으니 그 질문엔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영 : "처음엔 작은 아빠인지 알아보지 못했어요. 할머니가 이름이 이야기하시기 전 까지는요. 야윈 것도 보통 야윈 게 아니고,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까지 꼭 어디 갇혀 있다가 도망 나온 사람 꼴이었어요."
경자 : "나도 처음엔 그랬다. 웬 동네 노숙인이 동냥이라도 하려고 찾아온 줄로만 알았지. 내 아들이라 상상이나 했겠니?"
영 : "왜 그렇게 되신 거래요? 어디 도망 다니셨데요?"
경자 : "쯧쯧… 그걸 내가 알고 있으면 이미 속 시원히 말해줄 수 있는 건 말해주지 않았겠니? 너뿐만 아니라 나도 궁금한 부분이란다."
영은 답답한 마음에 경자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려 하였으나, 경자도 도통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하니 더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영은 포기했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 : "혹시나 또 찾아올 수도 있으니, 그때는 정말 도망 못 가게 잘 붙잡아 주시고 저한테 전화해주세요. 바로 올게요. 언제든지요."
경자 : "그러마"
윤혁 : "늦은 시간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돌아가 볼 테니 그만 쉬세요."
경자는 윤혁의 인사도 받지 않은 채 일어나는 영과 윤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영은 그렇게 신발을 신고 윤혁과 나와 현관문을 닫았다.
그냥 대문을 통해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왠지 영은 저 멀리 보이는 살짝 열린 문 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따로 건물이 있는 건 아니라, 분명 본집과 연결되어있는 문인데 저 철문만 새것처럼 느껴졌다.
영은 이상한 이끌림에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갔다.
윤혁 : "영 이씨 어디 가요?"
영 : "잠깐만요. 저기 뭐가 있어요."
철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쇠창살로 된 문.
설치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매우 깨끗했다.
윤혁 : "이게 뭐지?"
영 : "자물쇠가 밖에 달려있어요. "
윤혁 : "지하실이 있나 보네요. 우리 집은 별관이 따로 있어서 지하실은 없지만, 보통 이런 집들은 지하실이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영 이씨 말대로 자물쇠가 달려 있는 것 보니 창고…용으로 쓰시는 것 같은데. 할머님 나오실지도 모르니 그만 돌아가요."
영 : "잠깐만요.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윤혁 : "소리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영 : "들어가 볼래요?"
윤혁 : "네?! 허락 안 하실 것 같은데"
영 : "지금 몰래 들어가 보자는 거에요. 분명 여쭤보면 싫다고 하거나, 안된다고 하실 것 뻔하잖아요."
윤혁 : "몰래 들어갔다가 들키면 .그게 더 기분 나쁘지 않으실까요?"
영 : "그럼 윤혁씨는 여기 있어요. 나만 들어갔다 나올게요."
윤혁 : "영 이씨!"
영은 윤혁을 밖에 세워둔 채로 소리가 최대한 들리지 않게 철문을 조심스럽게 열고선 안으로 들어갔다.
센서 등이 있어 영이 안쪽으로 들어가니 불이 켜지며 계단이 보였다.
왠지 맨 처음 진성에 대한 것을 찾으러 다닐 때 연경을 만났던 땅굴도박장이 생각이 났다.
발소리가 크게 울릴까 봐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 사이,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윤혁도 영을 따라 계단을 내려왔다.
별로 깊지 않은 계단을 내려가니 반쯤 열린 문이 하나 더 나타났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기에 숨을 죽이고 조심히 들키지 않게, 문 뒤에 몸을 숨긴 채 안쪽을 쳐다보았다.
항상 경자의 곁에 있었던 태석과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복도에 앉아있거나,
열려있는 방 하나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윤혁 : "할머님의 금고 같은 거 아닐까요? 현금부자라고 하시는 거 보면 단순히 은행에만 돈을 넣어놓지는 않으셨을 텐데, 귀중한 물품이나 현금을 보관하고 계시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영 : "쉿!"
안그래도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윤혁에게 영은 한 번 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의심되는 지하실이긴 하지만 더는 둘러볼 수 없으니 이만 돌아갈까 생각하던 차 건너편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경자가 나타났다.
복도에 있던 남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자는 다시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하고선 태석을 향해 걸어갔다.
경자 : "밥은"
태석 : "안 먹었습니다."
경자 : "머리는?"
태석 : "소리를 지르고 나면 좀 괜찮아지는 듯합니다."
경자 : "들어가 보자. (발길을 멈추고 영과 윤혁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저 문은 왜 열려있지?"
태석 : "죄송합니다. 아까 물건을 옮기다가 제대로 닫지 않은듯합니다. 바로 닫겠습니다."
태석은 뚜벅뚜벅 걸어와 열린 문을 닫았다.
다행히 문 뒤에 있는 영과 윤혁은 눈치채지 못한듯했다.
그렇게 문이 잠기고 영과 윤혁은 어둠 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영의 달 – 107화 / S#2 고은동 J.U.자택 본관 [밤] ————-
순간 들킬뻔한 상황이었기에 영과 윤혁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센서 등에 의지해 다시 계단을 걸어 올라와 철문도 닫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빠르게 집으로 돌아온 영과 윤혁.
윤혁은 극도의 긴장감이 있던 상황이어서 그런지 피곤함에 바로 침대에 쓰러졌고,
영은 방을 빙빙 돌며 생각에 빠졌다.
그 지하실은 무엇일까?
윤혁의 말대로 창고일까?
그렇다면 창고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지키는 사람이 많았던 것일까.
그리고 경자와 태석의 대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다시한번 지하실에 내려가 봐야 하는데, 영은 도통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